[시애틀 안상목 회계칼럼] 636. 세계화폐의 요건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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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안상목 회계칼럼] 636. 세계화폐의 요건 - 시애틀한인로컬회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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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칼럼에서 어음화폐의 본질을 논하던 중 칼럼 627호(유로화의 약점)부터 자주 유로화 이야기를 해온 이유는, 현존 화폐 중 세계화폐에 가장 가깝게 가 있는 것이 유로화이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단점을 보완하면 세계화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지금 지구상의 모든 화폐는 어음화폐이므로, 세계화폐도 어음화폐일 수밖에 없다. 그 어음화폐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의문에 답이 나와야 한다. 즉, 일반적 어음은 돈을 갚겠다는 약속인 바, 연준이 발행한 어음화폐는 무엇을 갚겠다는 약속인가 하는 의문이다. 어음화폐에 표시된 가치가 어떻게 결정되어 어떻게 변하는지는 칼럼 634호(어음화폐의 해부)에서 밝혀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어음화폐는 무엇을 갚겠다는 약속인가” 하는 의문의 답이 되지는 않는다. 이제 그 답을 쓸 때다. 

어음화폐는 채권채무관계를 표시하는 증서의 일종이다. 연준이 발행한 달러화를 미국 정부에 내밀면, 미국 정부는 그것과 같은 가치를 지닌 다른 채권채무증서와 교환해 준다. 예를 들어, 미국의 납세자가 해마다 작성하는 세금보고서는 정부를 채권자로 하고 납세자를 채무자로 하는 채권채무증서다. 달러화와 그것이 교환되면, 달러화에 붙은 정부의 채무와 세금보고서에 붙은 납세자의 채무가 상호 계산되어 없어진다. 현실에서 납세의 수단으로 쓰이는 수표 또는 전자이체는 그 겉모습은 지폐와 다르지만, 채권의 이전이라는 점에서는 지폐와 다를 바가 없다. (지폐와 수표가 모든 점에서 같은 것은 아니며, 그것은 차후에 다른 칼럼에서 논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앞 문단의 구조에서, 만일 달러화에 표시된 그 가치가 쉽게 변한다면, 높은 대가를 주고 달러를 입수한 사람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낮은 대가를 받고 그 달러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러한 문제가 거대하면, 그 화폐는 신뢰를 잃는다. 앞서 언급된 칼럼 634호에서 본 바, 그러한 문제를 거대하게 만드는 요인은 물가의 상승, 발행기관 신용의 하락 등 두 가지다. 

지금의 미국이나 베네주엘라처럼 발행기관이 하나뿐인 국가의 돈만 보면, 앞 문단의 두 가지 요인을 구분하기 힘들다. 유로화는 여러 국가에서 발행되지만 모두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유로화를 보아도 위 두 가지 요인을 따로따로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칼럼 625호(미국의 자유화폐 시대)에서 설명된 19세기 미국의 자유화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두 가지 요인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 당시의 물가는 정부 금화의 단위로 표시되어 일률적으로 움직였으나, 자유화폐의 가치는 그것을 발행하는 시중은행들의 신용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므로 발행기관의 신용이라는 요소를 물가라는 요소와 관계없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앞 문단의 두 가지 요인을 따로따로 파악하고 나면 유로화 속에서도 두 가지 요인이 따로따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어서 유로화를 모델로 하여 세계화폐의 요건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세계화폐는 앞 문단의 두 가지 문제가 안정적으로 통제되는 공용화폐라야만 한다. 앞으로 세계화폐라는 것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지금의 유로화에서 보이는 약점이 없거나 충분히 작아져 있는 공용화폐일 것이다. 

칼럼 627호에서 본 유로화의 약점을 칼럼 634호에서 본 화폐가치를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정리하면, 결국 유로화의 문제는 “유로화 발행국들의 신용의 다양성”이라는 문제와 ”유로화 사용국들의 물가관리 능력의 다양성”이라는 문제로 요약된다. 그것이 지난 주 칼럼(635호)의 요지였다. 지금 유로화는 발행국이 곧 사용국이지만, 그것은 유로화 설계자들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음화폐의 의미가 정립되면,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앞 문단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도구는 이미 인류가 개발해 놓은 지혜를 가지고 만들 수 있으나, 때때로 기존 경제학의 일부 이론들이 그러한 도구를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투자승수, 화폐수량설, 화폐발행이익 등을 지지하는 이론들이 과거에는 유로화의 문제를 유발했고, 지금은 세계화폐의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다음 호부터 세계화폐에 필요한 도구룰 (혹은 현존 경제학 밖에서 혹은 현존 경제학을 수정하여) 하나씩 찾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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