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멋 있는 세상”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멋 있는 세상”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시원한 여름 냉수같은 사연이 있다. 서울의 어느 좁은 동네 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7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손자가 할머니의 손수레를 끌고 밀고 가다가 도로 코너에 정차된 차량의 옆면을 긁고 지나갔다. 이것을 바라본 할머니는 손주가 끄는 수레를 멈추고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할머니의 놀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바라보던 손주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린 손주가 수레 끄는 솜씨 부족이려니 하고 할머니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법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자에게 수레를 멈추게 하고 차 주인에게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알릴 수 있을까? 걱정을 하던 차에 주변을 지나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웅성거림 속에서 요즘 사람들의 심성을 들을 수가 있었다. 손 수레 안에는 콩나물 한 봉다리와 손주가 좋아하는 바나나 몇 송이가 보였다. 이 글을 기고한 사람은 이렇게 썼다. 콩나물과 바나나 몇 송이를 보는 시간 내내 마음이 편치 않고 우울했다.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남의 외제 차량에 손수레로 커다란 상처를 내고 그냥 돌아설

양심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학생 하나가 할머니가 전화가 없어서 차주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차 앞에 있는 명함을 보고 차주에게 전화를 하여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10여 분이 지나서 40대로 보이는 차주와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그들은 오자마자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두지 못하고 이렇게 도로에 주차를 해서 통행에 방해가 되게 하여 미안합니다.” 옆에 서있던 차주의 부인은 울먹이는 할머니의 손주에게 미안하다며 그를 달래줬다. 

돈이 많고 잘 살고 그런 것이 부러운게 아니라 그 차주의 인간성과 훈훈한 마음씨가 너무나 보기 좋고 부러웠다. 이 사건을 목격한 청년은 집에 돌아오는 내내 정말 오늘은 멋진 사람을 만났다고 술회했다. 그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과서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이런 인성과 선행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청년은 이어서 쓰레기 통에서 값 비싼 보석을 얻은 마음 같다고 하면서 흐뭇해 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자동차 회사(아우디 코리아)는 이 차주를 수소문하여 고객 센터로 

연락을 해 주면 수리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가난한 할머니와 손주의 정직하고 착한 

마음씨가 우리네 가슴을 훈훈하게 하였고 이 각박한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바꿔 놓았다. 선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자로 잘 사는 사람보다 가난하게 살지만 인정이 후하고 착한 사람들이 더 많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엔 가난한 사람들이 잘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 눈엔 주로 잘 사는 부자들만 보일 것이다. 


옛말에 과부 사정은 과부나 홀아비가 잘 안다고 했다. 왜냐 하면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므로 잘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부자들의 눈엔 가난한 사람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늘 주로 부자만 상대하고 부를 따라 

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들은 좁은 골목길이나 지하도 계단에서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을 별로 볼 기회가 없다.


늘 자가용 자동차만 타고 다니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의 과거의 삶이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들은 손에 쥔 주먹밥 한 덩이도 나눠 먹고 입은 옷이 두 벌이면 한 벌은 더 가난한 이에게 준다. 오늘 길에서 만난 부자는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낸 사랑의 전령사이다. 

그들은 이 험하고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사랑과 선을 베푸는 하나님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살 만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요즘 미국의 젊은이들은 사람의 목숨을 너무나 경하게 여기고 있다. 별로 큰 문제도 아니고 다툴 일도 아닌 사소한 사건임에도 총질을 하여 상대방을 죽게 하고 심한 상처를 낸다. 미국이 총으로 세워지기는 했지만 나라가 기틀을 잡은 후에는 총기에 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한다. 지금도 미국인 가정에는 보통 총이 몇 자루씩 걸려 있다. 


자기 방어나 정당 방위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총을 가지면 쏘게 되어 있고 칼을 가지면 찌르게 되어 있다. 이런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은 크고 작은 총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총기를 규제하고 엄격하게 다룬다. 


그러나 미국은 성인이면 누구나 총기를 구입할 수 있고 휴대할 수 있다. 총을 휴대하면 

자기 보호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미국이 인명을 귀하게 여긴다면 총기 규제부터 제대로 잘 해야 할 것이다. 멋있고 아름다운 세상은 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선행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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