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칼럼] “큰 별이 떨어졌다” - 시애틀한인 커뮤니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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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칼럼] “큰 별이 떨어졌다” - 시애틀한인 커뮤니티 칼럼

서북미 한인 사회에 큰 별이 떨어졌다. 그분은 큰 별이었고 큰 어른이기도 했다. 향년 97세로 하늘의 별이 되어 그쪽으로 가셨다. 진짜로 그분은 현역 시절에 별 둘을 단 장군이었다. 논산훈련소장을 거쳐 동부 전선 최전방 제27사단장으로 부임하여 방어 책임을 맡은 장군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대학생 시절부터 알았다. 1년 9개월 전에 부인 이송자 권사를 먼저 보내고 지난 11월 14일 오후 7시 25분에 부인 곁으로 떠났다. 내가 대학생 때 우리 몇 명이 부인되는 이송자 권사에게 밥을 해달라고 졸라서 거의 토요일마다 그 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가끔 휴가차 나온 박 장군님을 본 적이 있다. 장성답지 않게 소박하고 자상하셔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분은 한 번도 우리가 찾아가 밥을 먹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부인 이송자 권사를 그 당시엔 우리들이 누나라고 불렀다. 박 장군님이 논산훈련소장을 할 때 나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그 당시엔 그분을 알지 못했다. 한 번은 반복되는 똑같은 훈련에 항거하여 엎드린 채로 일어나지 않고 그냥 엎드려 있었다. 훈련 조교가 사정없이 방망이로 내 궁둥이를 쳤는데 이때 마침 훈련소장이 순시하는 시간이어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훈련 시에 훈련병을 때리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훈련 조교는 해고를 당했다. 나는 훈련소장 차를 타고 훈련소장실로 소장과 함께 갔다. 맛있는 점심을 소장실에서 운전병과 함께 먹고 그 날은 훈련소장실에서 보냈다. 그 후부터 나는 훈련이 끝날 때까지 편하게 지냈고 후반기 부관학교로 갈 때 소장이 메모를 써주며 부관학교 교장에게 전하라고 했다. 그 메모가 나의 군 생활을 편하게 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하여간 박 장군님은 인정이 많고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잘 보살펴주는 분이었다.

그런 고운 마음씨를 가진 분이 육군사관학교(고 박정희 대통령과 동기)를 졸업하고 장성이 되었다. 나는 졸업을 한 후에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이송자 권사님과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지냈고 가끔 찾아가 인사드리면서 지냈다. 괌에서 2005년도에 이곳으로 왔는데 박 장군 내외분이 타코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 뵈었다. 무척 반가운 재회였는데 우리들의 이마엔 어느새 깊은 주름이 생긴 후였다. 일 년에 한두 번 찾아뵙고 점심 식사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연말이나 연초에 꼭 세배를 했는데 세뱃돈을 우리 내외에게 주셨다. 박 장군님은 타코마 뿐 아니라 서북미에서 큰일을 많이 하셨고 특히 1977년에 타코마한인회를 창설하여 초대 회장을 역임하셨다. 타코마 한인사회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연세대 졸업 50주년 및 60주년 기념행사 때도 우리는 두 내외분과 함께 참석했다. 한국에 계실 때 한국 사이클연맹 회장 등을 거쳐 1973년도에 미국 이민으로 타코마에 정착하여 마지막 날까지 타코마를 떠나지 않고 한 곳에서 사셨다. 시애틀 타코마 지역의 교민 단체의 단합과 화목을 위해 큰 공을 세우신 분이기도 하다. 올림피아 워싱턴주 주청사에 한국전 참전비를 건립하는데 큰 공을 세우신 분이다. 박 장군님은 글재주도 특출하고 붓글씨도 잘 쓰셨다. 그분의 저서로 “어머니”와 “국경의 벽 넘고 넘어”가 있다. 박 장군님은 특별히 한국계 2세 정치인 양성을 위해 후세들의 교육에 특별한 열정을 가지고 헌신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 보존에도 각별한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한인 사회에 큰 별이 떨어졌는데 불행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으로 장례식도 거창하게 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수양딸 노릇을 하며 그분을 잘 돌봐준 마혜화 소장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아들이 넷이나 있지만 한국과 미국에 뿔뿔이 떨어져 살다 보니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듯하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곱게 모셔 주님 품으로 갔으니 더 이상의 축복이 없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으로 가신 분의 천국행을 축복하며 훗날 우리도 그곳에서 다시 만나 영생 복락 누릴 것을 약속하며 다짐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세배를 드릴 분이 없다. 평소에 가까이 형제처럼 지내던 임병호 회장님도 이미 천국에 먼저 가셨다. 이제 나도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Mark Miller 교수가 작곡한 “나는 믿네”라는 노래의 몇 구절을 소개한다. “나는 하나님께서 침묵하실 때에도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믿는다. 하나님은 내가 말씀드릴 때 귀를 기울여 들어주실 것이다.” 사랑하는 박 장군님! 천국에서 먼저 가신 송자 누나도 만나고 주님과 함께 영생 복락 누리소서! 참으로 큰 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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