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우울한 정월 초하루” - 시애틀한인 커뮤니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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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칼럼] “우울한 정월 초하루” - 시애틀한인 커뮤니티 칼럼

2021년 새 아침이 밝았다. 엊저녁에 잠자기 전에 2020년 12월 마지막 달력을 떼어냈다. 이제 2020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가 되었다. 2021년 새해 시애틀의 1월 1일은 새벽부터 비로 시작하여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서 기분이 더욱 울적하고 심란하다. 더구나 우리가 사는 콘도미니엄은 요즘 건물 수리를 하느라고 건물 밖 앞뒤에 두꺼운 비닐을 쳐놔서 밖이 보이질 않는다. 하늘을 보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다.


어렸을 적에는 지겹게도 세월이 더디 가더니 늙어가면서는 세월이 쏜살 같이 빠르게 지나간다. 70대는 70마일의 속도로, 80대는 80마일의 속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K교수님이 말했다. 내가 젊었을 적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이해가 된다. 


전에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마다 크고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작년 일년 코로나 때문에 기도 펴지 못하고 방구석에서 지낸 시간이 꽤 많았다. 특히 우리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과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밖에 나가려면 무장을 단단히 하고 나가야 했다. 


우선 마스크를 하고 사람들과 만나도 거리두기를 지키고 악수를 하지 않았다. 주먹을 맞대거나 옷소매를 스쳤다. 커피를 함께 마시지도 못하고 컵에 담아 각각 마시면서 헤어졌다. 그런 불편함이 작년으로 끝이 나지 않고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더 심한 편이다.


백신이 나온다고 얼마 전부터 떠드는데 아직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75세 이상 노인들 먼저 접종을 한다는 말만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새해의 희망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나왔다고 하는데 또 변종(신종)코로나가 생겨서 백신의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코로나 만연으로 인해 사람들을 마음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코로나의 잔인무도한 횡포가 인간의 삶을 억압하고 질적으로 문화적으로 많이 저하시키고 있다. 이런 환경과 삶 속에서 우리는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으로도 미국은 불안하다. 대선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선거가 부정 선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떠들면 미국의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망신시키는 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바이든의 승리를 발표하였고 이제 금년 1월에 취임식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은 미국만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들이 유리한 대로 민주주의를 변형시켜 행사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민주주의가 전제군국주의나 공산주의와 별로 다르지 않고 둔갑한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유를 갈망하지만 그 자유를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사하려고 한다. 그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권력이나 재력도 민주주의 앞에서는 공평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사하는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에 가까운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권력을 잡은 당이나 행정 수반이 마음대로 법을 개정하거나 변형시켜서 권력자가 유리하게 하고 있다. 이런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고 전제주의나 별로 다르지 않다. 


말하자면 입으로만 주장하는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전에는 있었는데 요즘엔 진정한 민주주의가 사라져 가고 있다. 


경제 강국이 된 러시아가 푸틴의 독재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이 홍콩의 자유를 제멋대로 유린하는 데도 미국은 침묵할 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과연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켜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미국이 나온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희망도 없고 능력도 없다. 아울러 미국이 민주주의 선봉국이 될 자격도 없다. 정초부터 우울한 이야기만 하여 독자들에게 송구스러운 생각이 들고 마음이 우울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살만큼 살았지만 아직 어린이나 젊은이들은 앞 날이 창창한데 우리 기성세대는 할 말이 없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앞으로 이 세상은 생각하는 민족과 국가만이 살아 남는다.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삶이 아니라 목숨만 유지하고 있는 생존일 뿐이다. 비록 우울한 정월 초하루일지라도 우리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잘 할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심어주고 가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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